2018년 겨울, 한 대학병원 분만실에서 태어난 아기가 출생 직후 청색증과 무호흡 증상을 보이며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결국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산모와 가족은 의료진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하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일부 과실을 인정해 약 6억 5천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경찰은 처음에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으나, 산모 측의 이의 제기를 받아 검찰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끝에 분만을 담당했던 산부인과 교수와 전공의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미지 httpspixabay.com]
이 사건은 의료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산부인과 학회와 관련 전문가들은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성마비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며 반드시 의료진의 잘못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탯줄 압박이나 태아 저산소증처럼 임신과 출산 자체에 내재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기소가 불가항력적 상황마저 의료진의 형사 책임으로 돌리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산과 진료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미 고위험 산모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은 줄어들고 있고, 지방이나 의료 취약지에서는 분만 가능 병원이 사실상 사라지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사건이 필수 의료 기반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환자와 가족 측은 의료진이 태아 심박동 등 이상 징후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고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과실이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법원도 일부 진료 과정을 문제 삼으며 배상 판결을 내린 만큼 책임 회피만으로는 환자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행한 사고의 원인을 어디까지 의료 행위의 한계로 보고, 어디서부터 과실로 판단할 것인지를 두고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기소는 단순히 한 산부인과 의사의 법적 책임을 넘어 의료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결과만을 보고 의료진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방식은 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외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동시에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최근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한도가 상향 조정되는 등 제도 개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법적 다툼으로 번질 경우 의료인의 위축과 환자 가족의 불신이 동시에 증폭되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분만실에서 벌어진 한 사건은 결국 불가항력과 과실 사이에서 어디에 사회적 기준을 세울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환자와 가족의 권리 보장과 의료인의 정당한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한국 의료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이번 사건은 그 해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성#건강보험저널 #도윤 기자
[저작권, #한국단체보험연합(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