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건강보험은 2026년부터 적자에 진입하고, 2033년이면 준비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민의료 보장제도의 근간인 건강보험이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크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제3차 장기재정전망은 인구 구조 변화와 의료 수요 증가가 결합하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앞으로 수년 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건강보험은 누적 준비금을 바탕으로 재정을 유지하고 있으나, 인구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경제 성장 둔화로 보험료 수입 증가율이 낮아지는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진료비는 전체 평균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며, 이 연령층 인구는 2030년대 중반에 전체 인구의 30%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보장성 확대 정책도 재정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급여화, 응급·분만·외상 등 필수의료 지원 확대, 만성질환 관리 강화 등은 국민 건강권 보장에 긍정적이지만, 건강보험 지출 증가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 다발골수종 등 고가 항암제 급여화 결정만 해도 환자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연간 수천억 원의 재정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지출 구조 개선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중복 검사나 과잉 진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일차의료와 지역 병원이 맡아야 할 예방·관리 기능도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액 진료 중심의 지출이 늘어나는 반면, 건강보험 재정 효율성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보험료율 조정과 재정 효율화, 지출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재정 균형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 요인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성과 기반 보상제도, 의료전달체계 개편, 공공정책수가 확대 등을 통해 지출 구조를 합리화하려 한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은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문제여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단순히 보험료율 조정으로 풀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체계로 전환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고, 동네의원과 지역병원을 중심으로 만성질환 관리 및 조기 치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의료자원 배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진료비 산정 방식도 진료량 중심에서 질과 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보험료 인상 불가피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보장성 강화와 재정 건전성의 균형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확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지역의료 활성화 ▲재정 효율화를 위한 지불제도 혁신 등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만약 지금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다면, 불과 8년 뒤인 2033년에 건강보험 준비금이 바닥나고, 제도 자체가 존립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은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핵심 기반이자 국민의 마지막 안전망이다. 단기적 땜질식 처방이 아닌,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전망은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제 정부와 국회, 의료계,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작성#건강보험저널 #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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