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 생겨야 건보 적용?”… PNH 환우회, 치료 접근성 개선 촉구 국회 시위
[건강보험저널/박종운기자]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환자들이 중증 합병증이 발생한 뒤에야 치료제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는 불합리한 급여기준 개선을 요구하며 국회를 찾았다.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회장 유지현, 이하 연합회)와 한국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환우회(회장 임주형)는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더불어민주당)·#최보윤(국민의힘) 의원실을 잇달아 방문해 PNH 치료 접근성 개선을 촉구하는 의견서와 5,040명의 서명부를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PNH는 적혈구가 파괴돼 심한 빈혈, 피로와 함께 혈전증·신부전·폐고혈압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하는 중증 희귀질환이다. C5 억제제로 조기 치료 시 5년 생존율이 95.5%에 달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면 환자의 40%가 혈전증을 겪고 사망 원인의 최대 67%가 혈전증일 정도로 위험하다.
■ “악화 기다려야 치료” 모순된 급여기준 개선 한목소리
환우회와 연합회는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의 심각한 맹점을 지적했다.
현재 에쿨리주맙, 라불리주맙 등 핵심 치료제는 혈전증, 신부전 등 중증 합병증이 실제로 발병한 이후에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합병증으로 장기 손상이 발생하면 치료를 받아도 원상 복구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건보 급여를 인정받기 위해 건강이 악화될 때까지 불안 속에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임주형 PNH환우회 회장은 “많은 환자들이 왜 치료제가 있는데도 더 아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묻는다”며 “환자가 악화된 사실을 증명해야만 치료 기회를 얻는 구조가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급여기준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혈관외용혈 빈혈·수혈 부담 여전… 추가 치료제 진입 장벽 낮춰야
기존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적혈구가 비장이나 간 등에서 파괴되는 ‘혈관외용혈’로 고통받는 환자들에 대한 대책도 촉구했다.
이들은 기존 약제를 투여받아도 지속적인 빈혈과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며 반복적인 수혈을 받아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경구용 병용 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획득했으나,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막대한 약값 부담으로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합회와 환우회는 기존 치료만으로 일상 유지가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허가된 추가 치료제에 대한 급여 적용 등 신속한 치료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 신속등재 제도, ‘대체 약제 유무’ 넘어 실제 미충족 수요 반영해야
정부가 추진 중인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등재 기간 240일→100일 단축)의 실효성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단순히 기존에 승인된 약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속등재 대상에서 배제할 것이 아니라, 기존 약제로도 해소되지 않는 증상과 잔여 치료 부담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유지현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PNH 환자들은 합병증이 생겨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백, 어렵게 치료를 시작해도 빈혈·피로가 이어질 때 추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두 번의 치료 공백’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청원은 특정 약제를 우선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희귀질환 정책이 환자가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은 뒤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손상 이전에 예방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달라는 절박한 외침”이라고 덧붙였다.